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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오마이뉴스] 전태일, 영등포에 오다(22.10.23.)

작성일
2022-10-25 15:36
조회
265
2022연극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 관람기

 



▲ 2022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영등포 아트홀) ⓒ 김철호

 

연극 전태일은 새 천년을 시작하는 2000년도 전태일 열사 3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막을 올렸다. 이후 2020년 전태일 열사 50주년에 이르러 전태일 정신을 기억하려는 이들이 '연극전태일'을 새롭게 재창작해서 공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2021년 코로나19상황 속에서도 '연극전태일' 공연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2022년 전태일 열사 52주년을 맞아 10월 21일, 22일 영등포 아트홀에서 두 차례 '2022연극전태일' 공연이 열렸다. 2022연극전태일은 11월 2일 구미, 11월 12일 광명, 11월 25일 영주, 12월 3일 안산공연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태일, 영등포에 오다

2022년 영등포에 사는 사람들이 오래전 한국최대의 경공업단지였던 60-70년대 영등포 풍경을 상상할 수 있을까?

1960년대부터 서울은 전국에서 일자리를 찾아 올라온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60-70년대 영등포에는 무작정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온 이들의 일터로써 경공업단지가 들어섰다. 대한모방, 방림방적, 남영나일론, 해태제과, 대일화학 등이 영등포경공업단지에 터를 잡았다. 이렇듯이 60-70년대 영등포 뒷골목들마다에는 가난한 이들의 고된 노동과 한숨과 절망이 질척였다. 그 무렵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설립되었고 영등포경공업단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노동선교활동을 시작했다.

 



▲ 60년대 영등포 지역 모습 ⓒ 영등포산업선교회

 

이제 21세기에 이르러 가난한 이들의 고된 노동과 한숨이 배어있는 영등포지역에 금융센터 고층빌딩들이 늘어서고 화려한 백화점들이 들어섰다.

 

그리고 2022년 10월 22일 '연극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 공연이 영등포 아트홀에서 막을 올렸다. 연극을 관람하기에 앞서 '2022연극전태일' 공연을 영등포로 이끌어온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손은정 목사를 만났다. 그리고 '연극전태일'이 영등포에 온 이유를 물었다.

"영등포는 1970년대 한국최대의 경공업단지였고 가난한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지역이었으며 노동인권을 위한 수많은 노력과 행진이 이루어진 곳이니까요. 이 지역에 영등포사업선교회가 함께 자리하며 노동자들의 고향으로 자부심으로 지금도 굳건히 자리 잡고 있어요. 이 빛나는 역사에 불씨를 던진 이는 단연 청년 전태일이었고 전태일 사건이었고 전태일 정신이었습니다.

지금도 노동문제는 온갖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의 핵심원인입니다. 연극 등 공연예술은 대중 속으로 노동의제를 전파하는 좋은 기회이구요. 전국에 공단이 있는 곳 어디서나 '연극전태일' 공연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평화시장

'2022연극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을 관람하면서 60-70년 평화시장을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 2020년 서울사람들이 '2022연극전태일' 공연을 통하여 60-70년대 평화시장을 온통 이해할 수 있을까?

60-70년대 평화시장 봉제공장 사장에게 가난한 노동자들은 일하는 기계, 돈벌이 수단이었을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시다와 그 위에 제일시다, 재봉사 위에 제일재봉사 그리고 재단사 층층이 '을들의 계급화'가 굳건했다. 사장은 평화시장 을들의 계급화로 더 쉽게 더 많은 돈벌이를 했다.

왜, 전태일까?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이 분노와 저항을 자기 몸에 새긴다.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 꿈을 읽는다. 근로기준법을 읽는다.

그렇게 '2022연극전태일공연' 열기가 뜨거워졌다.

마침내 전태일은 평화시장 재단사들을 설득해서 함께 근로기준법을 배우고 바보회를 만든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는 건강하고 튼튼한 기업을 꿈꾸고 설계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지켜지지 않으려고 만들어진 법일까?

평화시장 사장도 근로감독관도 물론 국가조차도, 그 누구도 근로기준법을 지킬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평화시장 재단사자리에서 쫓겨난 전태일은 고된 노동 속에서 자기와 싸우며 새로운 결단에 이른다. 최후의 승리를 바라며 불꽃 속으로 스러진다.

"귀 기울여 주게, 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말아 주게."

그렇게 '2022연극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 공연이 막을 내렸다.

 



▲ 2022 연극 전태일 "네 이름은 무엇이냐" ⓒ 김철호

 

이제 2022년 10월 22일 다함께 대답해야 할 물음이 남았다. "네 이름은 무엇이냐"
'2022연극전태일'을 관람하고 나오는 한 청년에게 '전태일을 아느냐'라고 물었다.

"중학생 때 만화 '태일이'를 보았는데 전태일 열사의 삶과 마지막 분신사건을 너무 사실적으로 그려서 무서웠다. 연극전태일은 음악연극이라서 관람하기에도 좋았고 전태일 열사의 삶과 정신을 더 잘 알게 되었다."

이어서 '연극전태일'에 비추어서 지금의 노동현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나는 21살 노동하는 청년이며 대학을 다니지 않는다. 청년일자리사업을 통해서 친환경비누를 만드는 곳에서 일한다. 파리바게뜨 제빵공장 청년노동자의 죽음에서 보듯이 아직도 노동현장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가 전태일이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내친김에 MZ세대가 노동 없는 소득활동에 내몰리는 이유를 물었다.

"지금은 정보통신기술발전에 따라 육체노동 하지 않고도 많은 돈을 벌수 있게 되었다. 나도 세상의 흐름을 따라 노동 없는 돈을 쫓아야 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임금노예가 아닌 노동, 근본노동을 통해 자족하는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귀 기울여 주게. 언제까지나 나를 잊지 말아 주게' 연극전태일의 목소리를 발걸음마다에 새겼다.

 

김철호(musa0980)

21세기 우리사회의 화두는 양극화와 불평등이다. 양극화와 불평등 내용도 다양하고 복잡하며 중층적이다. 필자는 희년빚탕감 상담활동가로서 '생명,공동체,섬김,나눔의 이야기들'을 찾아서 소개하는 글쓰기를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