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언론속의 산선

[뉴스앤조이]"성탄절에도 노동권·주거권·이동권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22.12.25.)

Date
2022-12-27 10:31
Views
2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투쟁 중인 이웃들을 찾아 성탄 메시지를 전하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다시 열렸다. 평화교회연구소가 주관한 이번 성탄 전야 새벽송 행사에는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야에서, 신비와저항,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더하기, 작당모의, 장신대도시빈민선교회, 촛불교회,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한신대신학대학원민중신학회, 혁명기도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교계 에큐메니컬 단체들이 함께했다.


연말을 맞은 거리에는 즐겁고 밝은 노랫가락이 울려 퍼지고, 대형 크리스마스트리는 성탄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린다. 하지만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거리 한편에서는 사회적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외침이 들려오고 있다. 이번 행사는 노동권·주거권·이동권 등을 외치는 약자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연대하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참가자 60여 명은 전세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하면서, 12월 24일 오후 16시부터 21시까지 강남역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현장, 노량진역 수산시장 투쟁 현장, 여의도 이룸센터 앞 장애인 권리 투쟁 농성장, 국회의사당 앞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현장, 명동2지구재개발대책위원회 현장, 명동 세종호텔 부당 해고 복직 투쟁 현장을 연달아 방문했다.

평화교회연구소 추은지 사무국장은 "이 성탄의 기쁨을 우리끼리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2000년 전 이 땅의 가장 낮은 곳에 오신 예수의 가르침대로, 소외받고 차별받으면서 이 사회의 평등을 외치는 현장을 찾아가 우리의 기쁨을 나누려 한다"고 말했다.








맨 처음 찾은 현장은 강남역 삼성전자 앞 농성장이었다. 이곳에는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정우형 씨의 분향소와 텐트가 있다. 정 씨의 아내 이진숙 씨(사진 가운데)가 새벽송 참석자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가장 먼저 강남역 삼성전자서비스 투쟁 현장을 찾았다. 이곳에는 고 정우형 씨의 분향소가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 업체 직원이었던 정 씨는 부당 해고를 당한 후 동료들과 복직 투쟁을 하다가, 지난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은 이들은 이재용 회장이 정 씨에게 사과하고, 노조 파괴 공작에 대해서도 사과하고 합당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 중인 천막 시위는 7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찬송가 '오 거룩한 밤'을 부르며 연대의 뜻을 밝혔다. 고 정우형 씨의 아내 이인숙 씨는 "여러분이 쓰고 계신 (산타) 모자를 제가 쓰고 싶다. 투쟁이 아니라면 저도 그 모자를 쓸 텐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그렇지만 관심 가져 주시고, 따뜻한 마음을 표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이런 마음들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예전에 열린 기도회 중에 한 말인데, 산 자의 숙제가 더 많은 것 같다. 남편이 남긴 과제를 우리가 꼭 해야 하는 일로 생각하고 끝까지 노력하겠다. 언젠간 좋은 날이 올 거고, 우리의 노력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희망이 될 거다. 함께해 주신 분들의 마음을 새기면서 최선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인숙 씨와 해고 복직 투쟁 중인 이들을 위해,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총무가 기도했다.

"차가운 길바닥에서 노조 파괴 공작으로 희생된 남편의 죽음을 알리며 울부짖는 아내 이인숙 님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 달라. 세계 제1의 기업이 이윤에 골몰하며 노동자들을 무시하고 노동조합을 억압하고 불온시하고 와해하려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해고되고 퇴직하고 숨진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싸운 지 벌써 220일을 넘겼다. 해고자 복직 투쟁과 명예를 회복하고자 하는 이 거룩한 뜻을 하나님이 이루어 달라."









두 번째 현장은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있는 노량진역 육교 텐트였다. 윤헌주 지역장(사진 가운데)이 감사 인사를 전했고, 상인들은 다과를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나눠 줬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이후 참가자들은 노량진역으로 이동했다. 노량진역 육교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쫓겨난 상인들이 농성 중인 텐트가 있다. 수협은 수산시장 현대화를 명목으로 구 시장을 철거하고, 상인들에게 새로 지은 건물에 입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일부 상인은 수협의 요구가 부당하다면서 2018년부터 명도 집행에 저항하며 구 시장에서 싸워 왔다. 상인들은 구 시장으로 향하는 길목이었던 노량진역 육교 위에 텐트를 치고 동작구청과 수협을 상대로 투쟁을 지속하고 있다. 육교는 계속 흔들렸고, 고압 전차선 밑으로 쉴 새 없이 지나가는 전동차 소리로 시끄러웠다.

참가자들은 노량진에서 상인들의 환대를 받았다. 손님들이 찾이온다는 소식에, 상인 30여 명은 차를 끓이고 빵과 과일을 대접하며 참가자들을 맞이했다.

상인들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윤헌주 지역장은 "시골 살 때 하던 새벽송 생각이 난다. 이 누추한 농성장에 새벽송을 온다는 게 참 특별한 케이스인데, 우리 상인들이 오늘 위로를 참 많이 받는다. 예수님께서 항상 낮은 자, 힘든 자들과 함께하신 것을 잘 알고 있다. 여러분이 그 뜻을 이어받아 힘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줘서 감사하다. 우리보다 더 어려운 곳에서도 열심히 활동해 달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한별 전도사(촛불교회)가 2021년 11월 투쟁 현장에서 생을 마감한 상인 고 나세균 씨를 기억하며 기도했다.

"해도 뜨지 않는 새벽부터 시장을 환히 밝히고 이 도시를 깨우던 사람들이 바로 여기 있다. 다른 이의 양을 밤새 지키던 목자들이 이 땅을 향한 평화의 선포를 가장 먼저 들었듯, 이곳에서 투쟁하는 수산시장 상인들에게 당신의 입으로 정의로운 평화를 선포해 달라. 여기, 당신을 사랑하는 딸들의 억척같은 손에 깊게 스민 눈물 자국을 보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아들들의 몸과 마음에 난 상처를 보시고, 이들에게 끝없는 용기와 힘을 달라. 그래서 마침내 쟁취할 승리의 기쁨 앞에서 여기 모인 모든 이들이 기뻐 춤추게 해 달라."









다음 현장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 장애인 권리 보장 농성장이었다. 장애인의 이동권과 권리, 교육을 위한 예산 편성이 지지부진하면서 많은 장애인이 고통받고, 죽어 가는 현실에 대해 하연주 대표(사진 아래)가 발언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곧이어 참가자들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 있는 장애인 권리 보장 촉구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장애인 권리를 위한 예산 및 입법을 촉구하는 이들의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이들은 나치 독일이 우생학에 기반해 장애인들을 학살했던 'T4 정책'을 예로 들며, 예산이 든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의 죽음을 외면하는 것은 한국판 T4 정책이라고 비판해 왔다.

농성장은 연대인들이 돌아가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저녁 농성장을 지킨 하연주 대표(장애인평생학교)는 자신 역시 기독교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나도 기독교인이다. 밀양에서 왔다. 교회에 가야 하나 고민했지만 오늘 야간 현장을 지키러 올라왔다. 예수님은 없는 자들과 가난한 자들을 위해 오셨다. 나도 그것이 맞다고 믿는 사람 중 하나다. 장애인 역시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노동할 권리도 있다. 나는 그런 가르침을 믿고 있다. 여러분들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박총 목사(신비와저항)가 이 현장을 위해 기도했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다름없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 권리를 허락해 달라.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동하는 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그런 위험이 없도록 도와 달라.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일자리를 구하고 노동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 달라."







이룸센터 인근 국회의사당 앞에는 노조법 2조와 3조 개정을 촉구하는 농성장이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이곳에서 단식 농성을 하며 '노란봉투법' 제정을 촉구했다. 양경수 위원장(아래 사진 가운데)과 박래군 대표가 참석자들을 맞았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참가자들은 도보로 국회의사당 앞 노조법 2·3조 개정 투쟁 현장으로 이동했다.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리는 이 조항은 노동조합의 쟁의에 대해 회사가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자와 사용자의 범위를 더욱 넓히고 현실화함으로써, 특수 고용 노동자 등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안전한 테두리 안에 포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장에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과 손잡고 박래군 대표,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 공공운수노조 정용재 부위원장이 있었다. 이들은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투쟁 중이다.

고등학생 때까지 교회를 다녀 새벽송이 기억이 난다고 말문을 연 양경수 위원장은 "노조법 2·3조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진짜 사용자와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아주 절박한 과제다. 오랜 기간 노동자들이 요구해 왔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관철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절박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예전 기억을 되짚어 보면 예수께서 항상 고난받고 고통받는 사람들 곁에 함께 있으라고 했던 말씀도 기억이 난다. 그런 마음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노동자들 곁에서 함께 힘 주시면, 저희도 우리 사회를 조금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 많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형미 교수(감신대 객원)가 노조법 개정을 위해 기도했다.

"당신이 노동자의 편이 되어 달라. 기업이 주인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는 저희들이 모두 주인이 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 죽음만이 유일한 선택이어서 죽어 간 이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시고 우리가 이 시간을 통해서 더 힘을 합칠 수 있도록 함께해 달라."









성탄 분위기가 가득한 명동성당 앞에는 명동 2지구 재개발 현장이 있다. 이곳 상인들은 재개발 시행사의 횡포에 맞써 오랜 시간 투쟁을 지속해 왔다. 이 건물에서 주방만게츠라는 식당을 운영해 온 강성진 대표(사진 가운데)는 2지구가 "가장 밝은 곳에 있는 가장 어두운 곳"이라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다음으로 찾은 곳은 명동 2지구 재개발 현장이다. 명동성당 앞 5개 구역으로 구성된 2지구는 4곳이 차례차례 재개발돼 왔고, 마지막 한 곳만 남았다. 상인들은 시행사가 제대로 된 협의나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제집행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저항해 왔다. 명동성당 바로 앞에 있는 이 지역은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대비돼 더욱 쓸쓸해 보였다. 같은 시각 명동성당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야외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명동 2지구 상가에서 식당 주방만게츠를 운영해 온 강성진 대표는 "내일이 크리스마스여서 저 맞은편(명동성당)은 굉장히 밝고 환하기만 하다. 반면 이곳은 아마 명동에서 제일 낮고 어두운 곳이 아닐까. 이 지역 상인들은 재개발이 제대로 이뤄지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쫓겨난 사람이 많다. 남은 사람들은 여러 소송을 감당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그래도 이렇게 찾아와 주시는 분들 덕분에 4년간 쉬지 않고 집회를 할 수 있었다. 2019년부터 매주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중구청 앞에서 2번, 명동에서 2번, 시행사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2번 집회를 한다. 자리를 지켜 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이번 겨울도 잘 넘겨 보겠다. 가족들과 함께 따뜻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현장을 돌면서 온기를 나눠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감사를 전했다.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김지애 간사가 이들을 위해 기도했다.

"상인들과 함께하시는 하나님, 우리에게 당신의 별이 너무 필요하다. 이 땅에 오시거든 우리에게 먼저 와 달라. 이들의 오랜 눈물을 닦아 주시고, 우리의 먼지 앉은 희망을 닦아 주시고, 우리의 투쟁에 같이 팔 들어 소리쳐 달라."









마지막 투쟁 현장은 명동역 앞 세종호텔이었다. 코로나19를 핑계로 호텔 식당 종업원 등 노동자들을 해고했고, 이들을 비정규직화하려 하고 있다. 고진수 지부장(사진 가운데)은 청춘을 다 바친 호텔에 당당히 복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최승현


마지막 현장은 명동역 앞 세종호텔이었다. 세종호텔에는 코로나19와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해직당한 이들의 투쟁 현장이 있다. 해고 노동자들을 대표해 세종호텔 고진수 지부장이 참가자들을 맞았다.

고 지부장은 "보다시피 세종호텔은 명동에서 제일 좋은 자리에 있고, 명동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 중 하나다. 객실이 333실이나 있고, 한때는 5성급 호텔이었다. 식당이 4개나 있었는데 코로나 핑계로 문을 다 닫아 버렸다. 그러나 얼마든지 투숙객에게 조식도 제공하고, 룸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고, 웨딩 행사도 할 수 있는데, 세종대 전 이사장 주명건의 사측은 코로나를 빌미로 정규직을 다 몰아내고 하청 구조로 바꾸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비정규직이 되면 해고가 더 쉬워진다. 지금 정부가 기획 중인 주 80시간 노동을 가장 활용하기 좋은 곳이 이런 서비스 업종이다. 우리는 다른 곳에 가서 일할 수도 있지만, 청춘을 다 바친 이곳에서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 그렇기에 반드시 복직하려고 한다. 지난해 12월 10일에 12명이 해고됐는데, 이제 딱 1년이 지났다. 많은 분의 힘을 모아 반드시 복직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김수산나 목사가 세종호텔 노동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경영난을 핑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노동자들을 내쫓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제반 환경을 박탈하고, 정말인지 의심되는 경영난은 이미 모두 해소됐음에도, 일자리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싸워 가는 이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돌봐 주시길 간절히 기도한다. 지친 몸과 마음에 위로와 힘을 주시고, 새로운 기운과 희망이 더욱 깃들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출처: 뉴스앤조이] 성탄절에도 노동권·주거권·이동권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