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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앤조이]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하늘, 바다, 비인간 동물과 함께한 성탄절"(23.12.25.)

작성일
2024-01-05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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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 연합 예배…"경제성장 내려놓고 예수가 말한 가난한 평화 추구해야"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가 12월 25일 오후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뉴스앤조이-나수진 기자] 폐비닐을 재활용한 현수막이 겨울 햇살에 반짝였다. 12월 25일 성탄절 오후, 국회의사당 앞 거리에는 업사이클링 현수막이 성탄 예배를 알리고 있었다. 한쪽에 놓인 불타는 지구 모형은 한 해 동안 벌어진 재해와 이상 기온 등 기후 재난들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예배를 준비하는 이들은 단상 위에 기후 위기와 함께 벌어진 사회적 참사들을 상징하는 흰색 안전모와 'KEEP HOPE ALIVE'라고 적힌 팔레스타인 국기 빛깔 목도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보라색 별, 세월호 노란 리본을 올렸다.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 예배가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렸다. 개신교 사회 선교 단체 및 교회들이 연합해 2003년부터 매해 부활절·성탄절 시대의 소외된 현장을 찾아 온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연합 예배'의 올해 주제는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존재들이었다. '새로운 세상은 옵니다'라는 부제로 열린 예배에는 기후 위기 현장 활동가들을 포함해 그리스도인 400여 명이 함께했다.





올해 성탄절 연합 예배 주제는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존재들이었다. 예배준비팀은 업사이클링 현수막을 사용하고, 참가자들에게는 재생 종이와 친환경 잉크를 사용해 제작한 안내지를 배부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지희 활동가는 "올 한 해 우리는 기후 위기가 몇십 년 뒤의 일이 아닌 오늘의 문제임을 마주했다. 올해 전 세계에서 최소 1만 2000명이 기후 재난으로 목숨을 잃었다"면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세상 앞에 섰다. 그 세상은 가속화되는 기후 위기로 인한 참담한 상황들의 면면일 수도, 녹색 평화를 소망하는 마음들이 꽃을 피우는 세상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 삼척에서 포스코 석탄 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강원대 성원기 명예교수(삼척석탄화력발전반대투쟁위원회)가 현장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지금 삼척에 핵발전소, 석탄 화력발전소가 건설되고 있다. 석탄 발전소를 지으면 그 연기를 마시고 삼척시민이 먼저 죽을 것이고, 항만을 공사하느라고 맹방해변이 죽을 것이다. 죽음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와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서 지구상 모든 생명이 모두 죽게 된다. 우리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묵시록적 상황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성원기 교수는 "기후 위기를 막는 법은 간단하다. 생태적 삶을 사는 것이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적게 쓰고, 춥고 덥게 살고, 소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개인적 실천만으로 기후 위기를 막아낼 수 있는 세상은 이미 지나갔다. 정부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면서 "내년 총선에서 모든 국회의원 후보자가 기후 위기 대응 공약을 내도록 하고, 그런 사람들로만 22대 국회를 채워야 한다. 내년 총선을 기후 총선으로, 기후 국회로 만들어서 주님께서 맡기신 세상을 살리는 길로 나아가자"고 말했다.



삼척 석탄 화력발전소 건립 반대 운동을 벌이는 성원기 명예교수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려면 내년 국회를 '기후 국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탄원의 기도' 순서에서 목회자·활동가들은 성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와 기후 위기를 겪으며 죽음에 내몰린 생명들을 대신해 기도했다. 임소연 목사(숨탄것들의교회), 송기훈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 윤은성 활동가(전북녹색연합), 유에스더 활동가(YWCA), 김민지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국제협력국), 정승원 회장(한국기독청년협의회)이 비인간 동물, 비정규 하청 노동자, 수라갯벌, 여성, 팔레스타인 주민, 청년들이 되어 호소했다.



"하나님, 저희는 당신이 창조하신 가축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대신 희생당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가 단 한 번에 영원한 제물이 되심으로 제사의 시대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인간들은 다시금 저희를 제물로 삼고 있습니다. 지구를 뜨겁게 달궈 산불로 태워 죽이고, 물길을 막아 말라 죽이고, 마구 버린 쓰레기로 인해 내장이 막혀 죽고, 핵오염수를 방류해서 저희를 죽이고 있나이다."




"하나님, 저는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입니다. 잦아진 자연재해와 감염병 재난 상황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지만, 필수 노동자들의 희생과 헌신은 당연한 의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부와 자본이 기후 위기를 이윤 창출의 기회로 삼는 동안 노동자들은 산업 전환과 비용 절감을 이유로 마땅히 누려야 할 최소한의 안전마저 빼앗겨 버렸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화장실 도구함에 숨어 밥을 먹어야 하고 계단 틈에서 겨우 쉴 공간을 마련합니다."




"하나님, 저는 수라갯벌입니다. 30여 년 전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에서 기적처럼 매립되지 않았지만 이곳의 갯벌들은 대규모 생태 학살의 현장이 되어 버린 지 오래입니다. 애타게 바닷물을 기다리던 숱한 생명이 죽었으며, 바다를 건너 긴 이동을 해 온 철새들도 영문도 모른 채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던 어민 사회도 붕괴하고 말았습니다. 현재 제 몸엔 새만금 신공항 건설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공항이 건설되면 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멸종위기종을 포함한 수많은 동식물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 저는 당신의 딸입니다. 우리를 오랜 세월 억눌러 온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산업 체제는 우리 딸들에게 그런 것처럼, 당신의 몸인 피조 세계를 착취하며 파괴하고 있습니다. 이 부정의가 불러온 기후재난은 다시 우리 딸들의 위기가 되고 있습니다. 어떤 소녀들은 하루 종일 물을 찾느라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어떤 자매는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었으며, 발전소와 송전탑 주변의 여성들은 질병과 싸웁니다. 구조적인 불평등 속에서 재난으로 인한 피해는 당신의 딸들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하나님, 저는 팔레스타인 땅의 사람입니다. 가자지구의 사람들은 반복되는 점령과 폭력으로 75년 넘게 일구어 온 마을과 공동체,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을 잃었습니다. 내전과 인종학살, 차별과 혐오 그리고 우리를 배제하는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제는 지구별의 온도마저 상승하고 있습니다. 살 수 있는 땅은 줄어들고, 전쟁과 폭력은 더욱 빈번히 일어납니다."




"하나님, 저는 이 사회에 가장 나중에 당도한 자입니다. 먼저 나타난 세대는 저희가 사용할 자원까지 탐욕스럽게 소비해 버렸을 뿐 아니라, 저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하여 이 지구를 생존하기 힘든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더 많은 재난과 위험이 저희 앞에 놓여 있나이다."






예배에는 그리스도인 400여 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힘쓰겠다고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기후위기기독인연대 박경미 교수(이화여대)는 설교에서 기후 위기는 땅의 평화가 파괴되었음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라며, 오늘날 그리스도인들이 기억해야 할 고난받는 이들은 땅의 평화의 파괴로 인한 희생자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날 경제성장을 통해 평화가 유지된다는 생각은 보편적인 공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화는 특정 계급, 즉 경제 권력을 독점한 사람들 사이의 힘의 균형이라는 당파적인 목표에 종속되고 말았다. 이는 삶의 가장 근원적 토대인 땅의 평화가 파괴되어 가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땅에 서식하는 숨붙이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물과 경작지, 숲, 깨끗한 공기가 필요하지만, 경제성장 중심의 평화는 땅의 평화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아기 예수의 탄생에 깃든 평화의 의미는 경제성장을 기반으로 한 평화가 아니라 '가난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에게 아기 예수 탄생의 의미는 우리 삶에서 경제와 관련된 것들, 즉 상품의 소비와 서비스에 대한 의존을 최대한 줄여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성장을 통해 행복과 평화가 이뤄지리라는 환상을 접고, 2000년 전 갈릴리 예수가 말했듯 가난한 행복과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평화는 물질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자라난다. 희소한 자원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빚을 탕감해 주고 이웃이 되게 만드는 것, 경제성장이 아니라 가난이 당연시 되는 세상이 아기 예수의 평화에 더 가깝다. 우리가 이 진실을 굳게 잡을 때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박경미 교수는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는 경제성장주의를 멈추고 가난한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 나수진

성찬 집례를 맡은 민숙희 사제(성공회 광명교회)는 특별히 인간의 폭력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생태계와 비인간 동물들을 '동료 피조물'이라고 언급하며 기도했다. 그는 분병·분잔을 마친 후 "하느님의 사랑 안에 속한 모든 생명, 특별히 기후 위기로 고통받는 하늘과 바다, 인간에게 폭행당하는 비인간 동물들, 자유를 잃고 갇혀 있는 동물원과 수족관의 동료 피조물들을 기억하시어 우리들이 그들과 연합하여 항상 주님을 찬양하게 하소서"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삶이 아니라 이웃과의 충만한 관계 속에서 기쁨을 누리도록 △필요한 것 이상으로 음식을 탐하지 않고 매일의 식탁에서부터 평화를 실천하도록 △석탄·석유·가스를 태워 없애는 대신 태양·바람·물에서 에너지를 얻도록 △모든 생명체들이 함께 숨 쉬는 대기를 함부로 오염시키는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아서도록 △폭염·가뭄·폭우·홍수·산불·추위에 절망하는 대신 재난에 가장 취약한 존재들을 살피도록 △인간이 이 세상의 주인이 아니라 다른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깊이 자각하도록 △가부장적 위계 문화와 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았던 낡은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에 참여하도록 다짐하며 예배를 마쳤다.

주최 측은 이날 모인 헌금을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삼척석탄화력반대투쟁위원회를 비롯한 기후 위기 투쟁 현장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현장을 위한 후원금은 오는 12월 31일까지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성탄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 계좌로 납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