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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이로운넷] “노숙인 자립 돕는 노느매기, 온 마을이 필요하다”(2022.8.23.)

Date
2022-09-20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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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상호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 이사장
노숙인‧주거취약층 일자리 창출해 지역돌봄 나서
"이웃‧마을과 연대해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길"

 

이로운넷은 협동조합 현장의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누고 협동의 가치를 보다 확산하고자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서울시협동조합청년기자단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청년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로운넷에서 만나보세요.

“이 공간에 들어오면, 누구든 평등을 경험한다.”

지난 2013년 노숙인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협동조합 노느매기를 설립한 고(故) 김건호 목사가 늘 강조하던 말이다. 조합 이름인 ‘노느매기’는 ‘하나를 여러 몫으로 나누는 일’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박상호 사회적협동조합 노느매기 이사장./사진=이희주 청년기자

노느매기에서 조합원들은 노숙인이 아닌 누군가의 형제이자 삼촌, 할아버지가 됐다. 서로 이름도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함께 많은 것을 경험했다. 덕분에 지금도 조합원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을 해내고 있다. 박상호 이사장은 좋은 관계로 맺어진 조합원들이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한다. 노숙인의 자활과 자립은 좀 더 따뜻한 사회적경제와 관계망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8년 노느매기는 주거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하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증받았다. 이웃과 마을과 연대해 함께 성장하고 조합원 모두가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꿈꾼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노느매기의 사무실에서 박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노느매기의 키워드 3가지는?

‘일자리 만들기’, ‘자원 순환’, ‘마을 사람’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조금 추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자신이 속하고 싶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살고 싶어 하지 않을까? 노느매기의 구성원들은 경제적 취약계층이거나 노숙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마을이라는 곳에 재진입해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중요한 가치다.

노느매기는 EM(Effective Microorganisms) 비누 제조, 집수리, 소독·방역, 청소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폐식용유로 EM비누를 만드는데, EM은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을 분류·배양한 성분으로, 항산화 작용과 보습 효과가 있다. 최근 조합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들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비누를 생산하고 있다. 다기능비누, 어성초 세안비누, 오트밀 스크럽 세안비누 등 종류가 다양한데 온‧오프라인에서 판매 중이다. 앞으로는 마케팅과 판로 확장에 주력할 예정이다.

또한 집수리, 소독·방역, 청소 사업을 통해 마을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설일용직 경험자들이 다수인 노느매기의 조합원들은 자신의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더 높은 숙련도를 위해 교육을 진행 중이고, 선배 그룹과 만날 계획이다.



노느매기에서 생산하는 EM비누(왼쪽)와 청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합원 모습. / 출처= 노느매기 사회적협동조합

 

Q. 노느매기 제품‧서비스의 특별한 점은?

서비스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끝까지 간다. 숙련된 기술자들이 한 번 갈 일을 두 번 가는 경우가 있다. 조합원들이 서로 합을 맞춰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에 집중한다. 우리는 지금 배우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마음이 편하다. 모든 과정에서 정성을 다하는 것. 조합원들끼리 암묵적으로 합의된 일이자 노느매기의 특별한 점이다.

Q. 노느매기의 비전은 무엇인가?

노느매기가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웃과 온 마을이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보다 노느매기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집수리라는 돌봄의 방식으로 이웃들을 만난 것은 돌봄이 또 다른 돌봄이 되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비전은 상생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느매기를 알고, 지역과 함께 할 수 있는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싶다.



박상호 이사장은 "모든 일에 정성을 다하고 부족하더라도 끝까지 가는 것이 노느매기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희주 청년기자

 

Q. 올해 노느매기의 목표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집수리, 소독·방역, 청소 대면 서비스를 이어왔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탈했고 매출도 계속 성장했다. 우리는 성장을 멈출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버는 수익으로 우리의 인건비를 감당할 수가 없다. 올해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첫 해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