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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국민일보] "노동자 → 이주민·노숙인·도농 목회로 시대의 소명에 답했다"(23.11.10.)

Date
2023-11-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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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예수회 40년의 열매

1983년 예장통합 목회자들이 설립
빈민·농민 등 목소리 대변하다
시대 변화따라 다양한 사명 감당




일하는예수회 회원들이 ‘도시민중교회 목회자연합’으로 활동하던 시절인 1991년 강원도 태백 소도교회에서 총회를 마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하는예수회 제공

1980년대 노동자의 삶은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강도 높은 업무에다 임금체납 산업재해 직업병 등에 노출되면서도 노동자의 권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하지만 이 같은 현장 한복판에서 ‘민중교회’를 세워 노동자를 보듬고 일으켜 세우는 그리스도인과 단체가 있었다.

이들 가운데 대표 격인 일하는예수회(회장 신승원 목사)가 40번째 생일을 맞았다. 일하는예수회는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40주년 기념행사 ‘예수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개최하고 이 시대 소외된 이들을 향한 소명을 되새겼다.

일하는예수회는 1983년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 소속 목회자들이 세운 단체다. ‘예장민중교회 목회자연합’으로 출발해 노동자·빈민·농민과 함께 일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권 수호를 위해 앞장섰다. 일하는예수회의 모태 격인 영등포산업선교회(총무 손은정 목사)는 노동 현장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40년 전 재봉틀을 돌리고 시멘트 포대를 만들며 노동자를 도왔던 이들은 지금 또 다른 사명 앞에 서 있다. 시대와 문화가 바뀌고 빈부·도농 격차와 기후위기 등 새로운 유형의 시대적 도전에 맞서 이주민·도시노동자·노숙인 목회와 농어촌과 도시를 잇는 생명 목회, 실업자 직업 상담 등의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책방을 운영하며 지역 아이들의 교육까지 책임진 전남 솔샘교회, ‘국경 없는 마을’을 꿈꾸는 경기도 안산다문화교회, 농사를 짓고 마을 주민들의 문화생활을 돕는 포항 푸른마을교회 등이 대표적 사례다.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열린 일하는예수회 4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목회자와 회원들. 신석현 포토그래퍼

한국목회지원 네트워크 이근복 목사는 “한국 노동자의 삶은 40년 지난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택배 노동자나 콜센터 직원, 아파트 경비원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자가 생겼으나 여전히 예전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한국교회가 지금도 노동 현장에 찾아가야 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영등포산업선교회는 5년 전부터 노동 현장을 찾아가는 교육을 재개했다.

이날 40주년 행사는 기념 예배와 세미나, 현장 목회자들의 작품 전시 등으로 진행됐다. 선교적마을목회연구소 황홍렬 소장은 “일하는예수회는 소외 노동자를 되살리고 환경 청소년 장애인 등 확장된 민중을 모두 품어왔다”고 평가하면서 “앞으로 노동자는 물론 지역주민을 위한 네트워크를 다지면서 끊임없는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