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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기독공보] " 귀를 열고 마음으로 다가서는 사랑"(24.3.2.)

Date
2024-03-2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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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칼럼 ]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는 나그네를 사랑하여 그에게 떡과 옷을 주시나니 너희는 나그네를 사랑하라"(신 10:17-19)는 성구가 우리 직원들의 명함에 새겨 있다. 비록 광역 및 기초 자치단체의 행정 파트너이기는 하나, 신앙 기반의 시설로 이 역시 교회로 기능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일이다.

동시에 성경구절은 우리가 어떤 목표를 가지고 그 길을 걸어야 할지 갈피를 잡아준다. 흔들림 없이 확고한 믿음으로 내외적인 위기와 도전의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신앙의 실천적 정체성은 세속사회를 변화시키는 마중물이 된다.

이 말은 단순히 지자체의 재정 보조를 받는 수준에 그치는 시설이 아니라, 행정 기관이 더욱 섬세하게 정책을 발전시키도록 견제하는 사회적 감시 기관으로서도 역할을 하는 전문성을 발휘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교회의 대사회적 책임은 단순히 '봉사'의 수준을 넘어 차별화된 정책 파트너로서 공공기관과 협력하는 것으로 수행된다.

여기에 우리 시설은 이용자들의 영양 공급에 역점을 두었다. 그저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기초 생존(Existenzminimum) 보장과 지원의 일환으로 식사를 통해 노숙인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에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사랑과 정성을 느낄 수 있는 이치이다.

주는 대로 먹을 수밖에 없는 처지의 노숙인이라 하여도, 서비스를 공급하는 입장에서는 권리 존중의 차원으로 그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사랑으로 섬겨야 한다. 다방면으로 표했던 이 신앙의 신념과 그 실천이 통했는지, 지자체의 지원이 한층 체계적으로 발전했다. 이에 우리 시설은 무상급식소를 설치했고, 조리실의 인력이 영양사를 포함하여 두 배 늘었다. 급식 인원도 두 배 정도 늘었고 현재 이 숫자는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는 지역 교회 선배 목사님들의 교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필연적으로 교회의 지원과 협력이 있어야 신앙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우리 시설이 가진 선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 목회를 하는 교회로서 우리 시설의 운영은 독립적이지만, 그 자체로 온전하지 않고 교회의 관심과 사랑이 있어야 끊어지지 않는 삼겹줄이 되어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시설의 모든 사역이 신앙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는 지자체의 운영비를 우리 시설이 내려받아 집행한다기보다는, 하나님이 공급해 주시는 현대판 만나와 메추라기라는 믿음으로 받아 하나님 앞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내용은 디아코니아학에서 '하이브리드 목회(기관)'라고 개념 정의한 것의 실천이다. 교회의 사정과 형편에 맞도록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것은 교회 독자적 활동이 아닌 독립적 활동으로, 뜻을 같이 하거나 이웃하고 있는 교회를 비롯하여 여러 유관기관과 전문적으로 협력하는 일이다.

기관의 독립성은 그 운영의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것이며, 그 자율성이란 하나의 협상 기구로서의 시설 행정이 각 이해관계자와 원만하고도 원활하게 소통하는 일로 확보된다. 이는 한 기관이 후원과 지원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로 상호보완성(Win-Win)을 획득하는 의지의 실천이다.

결국 나그네 된 노숙인을 사랑으로 섬기는 일은 보이지 않게 뿌리 깊은 곳에서부터 땅 위로 움터 오는 새싹처럼 늘 인고의 세월을 지나는 과정에 있다. 그것은 신뢰 있는 소통의 과정을 통한 관계의 기술이다. 시설은 이용자 만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귀를 열어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 사회적 옹호 행위를 하게 된다. 그것이 곧 다른 교회 및 공공기관과의 협력이다. 이들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일 역시 역설적이게도 혀에 있지 않고 귀에 있다.

- 김기용 목사 / 영등포산업선교회 햇살보금자리 시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