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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노컷뉴스] "협동조합, 지속가능한 대안공동체가 되려면?"(23.12.19.)

Date
2023-12-2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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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노느매기, 주거 취약계층의 자립 위한 협동조합
비누만들기·집수리 사업 등 다양한 활동
안정적인 수익 창출 모델 확보 과제
"협동조합, 초대교회 공동체 원형"
협동조합의 지속가능성, 소비자의 역할 중요
"연대와 상생의 가치 추구하는 교회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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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CBS는 대안적 목회 방안으로 주목받았던 협동조합의 현실을 진단해보고 있습니다.

많은 협동조합들이 지속가능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유의미한 변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오늘은 사회적 협동조합 '노느매기'의 사례를 살펴보며 협동조합이 나아가야할 방향과 교회의 역할을 살펴봅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3년,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시작된 사회적 협동조합 '노느매기'.

노느매기는 '하나를 여러 몫으로 나눈다'는 뜻의 순 우리말로, 노숙인 등 주거 취약계층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설립됐습니다.




노느매기는 지난 2013년 목회자이자 도시빈민운동가였던 고 김건호 목사의 주도로 설림됐다. 당시 영등포산업선교회 노숙인보호시설 '햇살보금자리' 센터장이었던 김건호 목사는 "자신들의 욕구를 펼치고, 서로 돕고, 스스로 개척해 살아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를 만들어보자"며 노느매기를 설립했다. 김건호 목사는 지난 2018년 소천했다.

재활용매장을 시작으로 마을공동체텃밭, 수제 EM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들을 펼치며 조합원들의 경제적·정신적 자립을 지원했습니다.

최근엔 조합원 다수가 건설일용직 경험자란 특성을 살려 집수리와 도배, 소독·방역청소 등 다양한 마을관리 서비스 제공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은 따뜻한 관계망 안에서 경제활동을 통해 책임감과 주체성을 회복하며 다시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응철 조합원 / 노느매기]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리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저 자신도 지금 임대주택에 들어가서 산 지가 벌써 8년 차 되는 것 같고, (노느매기를 통해) 주인 의식도 많이 생기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먼저 생각하게 되니까 많은 생각의 변화가 왔죠."



문을 교체하는 작업 중인 노느매기 조합원. 주거취약계층 사람들의 모임으로 시작된 노느매기는 집수리 사업을 통해 마을을 돌보는 일에도 나서고 있다. 노느매기 조합원들은 과거 건설 일용직 경험에 더해 도배, 열관리 등 집수리 관련 자격증을 취득해 지자체 희망의 집수리 사업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노느매기 역시 지속적인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업체와의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는 데다, 동절기에는 집수리 일감이 급감하는 등 안정적인 수익 창출 모델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적자가 계속되자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최근 TF팀을 구성하고 내부 체질 개선과 겨울철 특판 사업 모색, SNS 홍보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교회와 기관들의 다양한 연대 활동들은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박상호 이사장 / 노느매기]
"비누를 좋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누의 가치를 알고, 이 사업의 의미를 알고 지역 교회,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 또 발달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관들이 있거든요.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앞으로도 잘해나가 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생식용유를 활용한 수제EM비누 제조 중인 노느매기 박상호 이사장. EM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많은 미생물 중 사람에게 유익한 미생물 수 십종을 조합, 배양한 것으로 세척력이 우수하고 항산화, 보습에 좋다. 박 이사장은 "비누 제조 시설을 전자동화나 공장화 하지 않았다"며 "수제 비누만들기는 조합원들이 직접 함께 일하며 소통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노느매기는 단순한 사업체가 아니라 초대교회 공동체의 원형을 회복하고, 하나님 나라를 이 땅에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출발했다"며 조합활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습니다.

[손은정 총무 / 영등포산업선교회]
"노숙인이라고 하는 낙인 있잖아요. 거기에서 평생 못 벗어날 수 있거든요. 노숙인보호시설에서조차. 그런데 이분들이 지금 고백하는 것은 내가 노숙인에서 노동자로, 노숙인에서 주민으로, 떳떳한 시민으로서의 자아 정체감의 변화 이걸 경험했다는 거예요. 경쟁력은 좀 약한 사업이에요. 시장에서의 경쟁력. 그렇지만 이런 변화된 어떤 체험이나 경험을 어디서 하게 해줄 것이냐…"

사회적 경제 활동가들은 "협동조합이 지속가능성을 갖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소비가 필요하다"며 교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자본주의 경제논리를 극복하고 연대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공통된 가치를 추구하는 교회 공동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한단 겁니다.

[조성돈 교수 /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기윤실 공동대표]
"가치를 돈으로 사는 거예요. 이걸 이해할 수 있는 게 저는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해요. 일반 상점에서 파는 것보다 비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걸 통해서 생명농업이 가능하고, 인간다운 생산이 가능하고, 인간다운 소비가 가능하다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가치에 대한 투자도 이루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양극화와 인간소외, 물질만능주의 등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작용이 심화되는 오늘날, 지속가능한 대안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해보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노느매기 조합원들이 직접 만든 비누를 건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