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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뉴스앤조이] "길거리에서 싸우는 이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눈 그리스도인들"(23.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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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6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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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이태원·명동2지구·세종호텔·전장연·노량진·방영환 씨 투쟁 현장 찾아 격려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길거리에서 투쟁하고 있는 이들과 성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매년 크리스마스 전야마다 현장과 농성장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올해로 12번째를 맞은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새벽송' 참가자들이다.

12월 23일 평화교회연구소가 주최한 12번째 새벽송은 12월 23일 오후 3시 30분부터 9시까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 명동 재개발 2지구 세입자 농성장, 세종호텔 정리 해고 노동자 농성장, 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 고 방영환 열사 농성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장애인 권리 입법 제정 촉구 농성장을 찾았다.

예수더하기(감리교신학대학교),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광야에서, 새민족교회, 작당모의(숭실대학교), 영등포산업선교회, 사회선교모임(장로회신학대학교), 촛불교회,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신대학교민중신학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 교계 에큐메니컬 단체에서 참가자 7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전세 버스를 타고 함께 이동하면서 각 현장을 방문해 찬송을 부르고 현장 응원 선물인 떡과 손난로를 전달했다.



새벽송을 진행한 박형순 소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평화교회연구소 박형순 소장은 투쟁하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했다. 박 소장은 "누군가는 과거니까 '이제 잊어도 되지 않느냐' 혹은 캄캄한 미래라서 '기대해 봤자 소용없지 않느냐'는 말들로 우리들의 연대를 우습게 볼 수도,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함께하며 그때 그 순간들을 기억하자. 진상이 규명되고 농성장에서 싸워 나가시는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길 기대하자"고 했다.

서울 시청광장 10·29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에서 앞으로의 일정을 미리 살펴보며 예배를 하는 것으로 새벽송이 시작됐다. 10·29이태원참사를기억하고행동하는그리스도인모임 김지애 간사는 현재 이태원 유가족들의 가장 큰 현안은 '특별법' 제정이라고 했다. 159명이 희생된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특별법 제정에 마음 모아 달라고 말했다. 특히 김 간사는 "유가족들이 이 추운 날 농성장을 지키고 국회를 돌며 오체투지를 했는데도 12월 21일 임시국회에서 특별법 통과가 무산됐다. 이에 3차 비상행동으로 함께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며 26~28일 국회 앞 피켓팅과 27일 국회 담장을 따라 진행되는 오체투지와 4대 종교 릴레이 기도회에 많이 참여해 달라고 했다.



서로의 손을 잡고 기도한 참가자들. 뉴스앤조이 엄태빈



김민아 간사가 방문할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호명하며 기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김민아 간사가 새벽송 행사 때 방문할 현장에서 싸우고 있는 이들을 호명하며 기도한 후, 참가자들은 명동 2지구 재개발 현장으로 향했다. 명동성당 바로 앞에 위치한 2지구는 명동의 유일한 재개발 미시행 지구로, 강제 철거 위기에 내몰린 소상공인들이 세입자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자리를 지키고 있다. 블루문스튜디오, 주방만게츠, 이감헤어, 맛뜨리아, 베로니카화원, 주먹고기, 펭귄식품, 구니김밥, 선물노래방 세입자들이 가게를 지키기 위해 5월 17일부터 천막농성을 이어 오고 있다.

농성장 안은 차례차례 모여든 참가자들로 발 디딜 틈조차 없이 가득 찼다. 세입자대책위원회 홍정희 위원장은 "현재 중구청과 사업시행자 KCH와 세입자들이 모여 사전 협의체를 진행하고 있다. 이제 2차 협상을 끝내고 3차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지금보다 상황이 더 험악해질 수 있다. 성탄절에 이렇게 방문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명동 재개발 2지구 세입자들이 다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 달라"고 했다.

한신대민중신학회 박영우 씨는 "하루빨리 명동 재개발 2지구를 비롯한 모든 억눌린 자들의 외침이 수용되어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이 바로 서는 신앙의 참된 모습을 보여 주옵소서. 해방이라는 이름으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고자 노력하는 모든 이들을 주님께서 복 내려 주시고, 지켜 주시고, 평강을 달라"고 기도했다.



명동 2지구 대책위원회 농성장 텐트에 함께한 참석자들. 뉴스앤조이 엄태빈



세입자대책위원회 홍정희 위원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이어 참가자들은 약 500m 떨어진 명동역 앞 세종호텔 정리 해고 농성장으로 이동했다. 2020년 세종호텔은 49명을 희망 퇴직시켰다. 정부가 주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받으면 정리 해고를 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회사는 이를 거부하고 영어가 전혀 필요 없는 노동자들에게도 영어와 제2외국어 시험을 강요하는 등 부당한 기준을 내세워 정리 해고를 단행했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2022년 11월 농성장을 만들고 지금까지 싸움을 이어 왔다.

세종호텔 노동조합 고진수 지부장은 "해고되고 세 번째 맞는 크리스마스다. 세종호텔은 이미 코로나19 이전의 수익을 상회할 정도로 영업이 잘 된다. 설립자의 장남 주명건이 참석하는 세종대학교 내 교회 예배에 가 봤는데 조끼 입고 왔다며 예배방해죄로 벌금 300만 원을 내라더라. 세종호텔이라는 일터가 몇몇 사람들의 배만 불리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해 반드시 복직할 거다. 매주 화요일 7시, 기독교대책위에서 우리와 함께 복직하는 날까지 투쟁해 주고 계신데 참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숭실대학교 동아리 '작당모의' 백영재 씨가 "억울한 노동자들 곁에 주님은 늘 계셨다. 함께 노래하고 예배했던 그 모든 날, 주님은 여기 함께하셨음을 우리는 믿는다. '예수가 이 땅에 오셨다'고 외쳤던 그 과거의 외침이 '해고 노동자들 복직했다'는 그 외침으로 들릴 그날을 기도한다. 머지않아 돌아갈 일상이 올 때까지 서로를 돌보며 함께 승리하겠다"라고 기도했다.



세종호텔 노동조합 고진수 지부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세종호텔 앞에서 황푸하 목사의 특별 공연 순서가 있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다음으로 1호선 노량진역에 육교 위에 있는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투쟁 현장을 찾았다. 수협의 일방적·강압적 현대화 사업으로, 수십 년간 장사해 온 상인들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었다. 현대화 사업을 반대하는 상인들은 7년 동안 구 노량진수산시장 부분 존치와 임시 시설 마련 등을 포함한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해 오고 있다.

쫓겨난 상인들은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흔들리는 육교 위에서 참석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환한 미소와 난로 위 물을 끓이는 주전자의 온기가 얼었던 몸과 분위기를 녹였다. 상인들은 손수 다과를 준비해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며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쳤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윤헌주 지역장은 "지금 상인 약 100여 명에게 100억 이상의 소송액이 걸려 있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오늘 전해 받은 이 힘으로 열심히 싸워서 곧 다시 사회 일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앞으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힘들고 어려운 농성장에 찾아와 힘을 주셔서 감사하다. 또 우리보다 더 어려운 현장에 찾아가 희망을 전해 달라"고 했다.

협성대학교 동아리 '예수걸음' 김지원 씨가 "손님들에게 기쁨과 행복을 전했던 이곳 노량진은 불의한 권력자들에 의해 눈물과 고통만이 가득해졌다. 그들에 의해 상인들의 몸 곳곳이 부러지고 다쳤다. 가장 약한 모습으로 오시고 가장 약한 자들과 함께하셨던 주님, 돈으로, 폭력으로, 권력으로 모든 것을 덮어 버린 이곳에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윤헌주 지역장. 뉴스앤조이 엄태빈





참가자들이 구 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서울 양천구에는 동훈그룹이 소유한 택시 회사 해성운수 사무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해성운수 소속 택시 노동자였던 방영환 씨 대책위원회가 투쟁을 벌여 오고 있다. 방영환 씨는 택시 완전 월급제 시행과 부당 해고 철회, 체불 임금 해결을 요구하며 9월 25일 회사 앞에서 분신 후 10월 6일 사망했다. 그러나 아직도 동훈그룹과 계열사 해성운수의 사과를 듣지 못해 장례를 치루지 못한 상태이다. 유족과 고방영환열사대책위는 동훈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며 거주지 및 차고지가 모여 있는 강서구청사거리에 천막 분향소를 차리고 집중 행동에 나섰지만, 경찰이 분향소를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새벽송 참가자들이 찾은 이날도 농성장 주변으로 경찰 경비가 삼엄했다.

대책위 정원섭 상황실장은 "택시 노동자들이 난폭하고 위법적인 운전을 하는 것은 회사가 정한 사납금을 채워야 해서다. 2019년 사납금제를 폐지하는 법이 통과됐지만 현실적으로 월급제 시행은 꿈도 꿀 수 없다. 법을 무시하더라도 그게 훨씬 많은 이윤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영환 열사는 그 법을 지키라며 2019년부터 싸웠고 2020년 1월 해고됐다. 오랜 법정 투쟁 끝에 2022년 11월에 복직됐지만 회사는 월급제가 아닌 변형된 사납금제로 근로 계약을 요구했다. 이를 거부하며 1인 시위를 시작하자, 회사는 욕설과 폭행, 특수협박을 일삼았다. 지난주 월요일 사장이 구속되며 본격적으로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 법은 택시 노동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거리 위 모두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하성웅 총무는 "열악한 노동 조건이 개선되고 완전 월급제의 이행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들의 편에 서서 제도를 바로잡을 때까지, 회사가 진심 어린 사과를 할 때까지, 그리하여 고 방영환 열사가 하나님의 품에서 평화로이 안식할 때까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걸어갈 테니 주님, 이 여정에 함께해 달라"고 기도했다.





고 방영환 열사 농성장 주변의 경찰 경비가 삼엄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다음 현장인 전장연 장애인권리입법 제정 촉구 농성장은 국회의사당역 안에 있었다. 참석자들은 줄지어 역사로 걸어 내려갔다. 활동가들이 '한국판 T4' 철폐와 장애인 자립 생활 운동 퇴행, 장애인복지법 개악을 막기 위해 싸우는 곳이다. T4는 나치가 우생학적 관점에서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등을 국가 예산을 빼앗는 존재로 규정하고, 장애인의 삶은 가치가 없는 삶이라 선전하며 최소 30만 명을 학살한 작전의 이름이다.

혜화역에서 투쟁 중인 활동가들을 대신해, 남아 있던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정한 활동가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이동권 예산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 내년에도 지하철을 비롯해 여러 투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시혜와 동정, 복지의 대상으로만 여겨져 왔다.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는 것은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구호를 가지고 1000일 넘게 농성 중인데, 충분한 권리가 보장될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감신대예수더하기 문지원 씨는 "전국장애인철폐연대와 뜻을 같이 하며 지혜와 동정이 아닌 그들의 권리를 위해 이 자리에서 함께 예배한다. 모든 차별을 철폐하고 그들이 지닌 차이가 차이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해방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고, 그들의 삶을 되찾을 힘이 돼 달라"고 기도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정한 활동가. 뉴스앤조이 엄태빈





참석자들은 마지막으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농성 중인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찾았다. 원래 전장연 현장을 마지막으로 새벽송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근처에서 투쟁 중인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이들에게도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혜린 씨의 아버지 이종민 씨는 "저도 교회를 다니는데 1년 동안 하나님께 '제발 이태원참사특별법이 통과되고 진실이 규명되기를', '억울한 우리 아이들의 한을 풀어 주시기를' 기도하고 있다"며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게 함께해 달라고 했다. 참석자들을 대표해 황푸하 목사(새민족교회)가 이태원 유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혜린 씨의 아버지 이종민 씨가 이태원참사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게 함께해 달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엄태빈

새벽송에 참석한 류순권 목사(타원형교회)는 기자에게 새벽송을 함께하며 마음이 많이 아프지만 연대하는 사람들이 모여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고 했다. 그는 "택시 기사 방영환 열사는 처음 알게 된 사건이다. 자신의 몸을 다 바칠만큼 참혹했던 심정이 느껴져 더 마음이 무거웠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안 일어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지 않느냐. 그럴 때마다 계속 함께하며 연대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