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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의 산선

[embed]https://www.youtube.com/watch?v=-QfqfckyskM[/embed] 선교활동 방해 경찰 프락치사건 규탄 기자회견이 26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진행됐다. 교회협 인권센터 등 22개 종교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프락치 작업에 대해 꼬리자르기로 무마하려 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철저한 조사를 진행해 줄 것을 촉구했다. 교회협의회 인권센터 황인근 소장(왼쪽)과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대표 김달성 목사(오른쪽)가 선교활동 방해 경찰 프락치 사건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했다. (사진 = 에큐메니안 임석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와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영등포산업선교회를 비롯한 교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오늘(26일) 이른 바 포천이주노동자센터 경찰 프락치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교회협의회 인권센터를 포함한 22개 단체들은 "서울 은평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지난 3월 포천이주노동자센터에 침투해 비밀리에 활동한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이자 포천이주노동자센터의 선교활동을 방해한 종교탄압 사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이어 "지난 4일 은평경찰서장이 해당 경찰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자체 감찰기관에 넘겨 조사를 한 뒤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답변을 보내왔지만, 꼬리자르기이자 자기식구 감싸기"라고 주장했습니다. 교회협 인권센터 이하 22개 단체들은 또, "경찰청장이 포천이주노동자센터와 한국교회에 직접 사과하고, 프락치 작업을 지시한 최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023.07.28
영등포산업선교회, 영등포구 이동노동자들에게 생수나눔 캠페인 진행 ▲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중심으로 한여름 무더위 속 이동노동자들에게 생수를 건네는 캠페일 펼치며 복음 실천에 앞장 섰다. ⓒ임석규 영등포지역 택배·배달라이더·요양보호사·돌봄종사자·학습지 교사 등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시원한 생수 한 병씩 나눠 받았다. 영등포산업선교회와 영등포구·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산업안전공단 남부지사·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서남어르신돌봄종사자지원센터 등이 12일 오전 11시부터 당산역 10번 출구에서 이동노동자 생수나눔 캠페인을 진행한 것이다. 이번 캠페인에는 각 기관 관계자와 배달라이더·요양보호사·돌봄노동자 등 이동노동자 당사자들이 함께 참여해 이동노동자·주민들에게 생수 500병과 폭염대비 용품을 담은 ‘이동노동자용 쿨 키트’ 50개를 나누었다. ▲ 손은정 영등포산선 총무는 이동노동자들과의 연대는 복음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석규 캠페인을 소개한 손은정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는 “시민의 편리를 위해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을 위해 연대하는 것이 복음을 실천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 언급하며, “시민·그리스도인들이 이동노동자들의 휴식권·건강권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조합원들과 함께 생수를 나눠준 김정훈 배달플랫폼노동조합(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남서울지부 서울지회장은 “이동노동자 중 대다수가 특수고용노동자라 기본적인 안전과 휴식권·건강권 등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우려하며,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도록 지자체·노동단체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1년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과 특수고용노동자 지원방안 마련 자문회의’를 통해 발족했으며, 올해 서울시 권역·자치구노동센터 20개소와 휴(休)서울노동자쉼터 4개소 등 서울지역 총 24개소를 통해 10만 병의 생수를 이동노동자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홍윤경 영등포구노동자종합지원센터장은 “이동노동자 지원사업을 통해 무더위에 힘들게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격려가 형성되길 바란다.”고 밝히며, “노동자종합지원센터가 휴식 공간 마련·무료 노동 상담 등을 통해 이동노동자들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임석규 rase21cc@gmail.com <저작권자 © 에큐메니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7.14
예장시국회의추친위원회, 시국토론회 개최하고 윤 정권의 현안 문제 다뤄 ▲ 예장시국토론회에서 여는 이야기를 맡은 송기훈 목사(사진 제일 왼쪽)와 이한빛 간사(사진 제일 오른쪽)는 노동과 여성 분야에 대해 각각 발표하며 혐오 정치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윤 정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인식 가칭 ‘예장시국회의추진위원회’가 주최한 ‘예장시국토론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측 목회자 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0일(월) 오후 4시 ‘공간 새길’에서 개최되었다. 강은숙 목사의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는 1부 여는 이야기로 진행되었다. 여는 이야기에서 송기훈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노동혐오에 기반한 정치를 끝냅시다!”라는 제목으로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이한빛 간사(한국YWCA연합회)는 “성불평등과 혐오 정치에 반하여”라는 제목으로 성평등 정책에 대해, 이진형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한국사회 환경문제의 전개 상황”에 대해 그리고 홍인식 원장(새길기독사회문화원)은 “오늘의 대한민국: 정치, 평화, 통일, 노동, 생태와 민주화 현황에 대한 전반적 스케치”라는 제목으로 각각 발표했다. 후퇴하는 노동정치와 여성정치 송기훈 목사는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작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철저하게 자본가와 경영자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현 정권의 노동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헌법에 보장된 권리인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한 권리와 집회시위 역시 법치의 시험대 위에 올랐다.”며 “정부는 노동조합 혐오를 정치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켰다.”고 진단했다. 또한 “노동자와 노동조합 그리고 노동운동을 향한 혐오의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모두의 노력이 절실하게 요청된다.”며 “혐오 정치를 통해 지지율을 올리는 방식의 정치는 곧 폭력이며, 우리는 이제 윤석열 정권의 혐오와 폭력의 정치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한빛 간사는 가장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자료인 ‘2023년 세계 성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Gap Report 2023)’를 인용하며 한국사회 성평등 현실을 고발했다.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전년 대비 하락한 146개국 중 105위를 차지했고 특히 경제 분야에서의 격차가 두드러지게 나타나 2022년 OECD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자료가 발표된 이래 27년째 가장 높은 성별임금격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지속적으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했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유리천장지수 최하위, 여성관리자 비율 차하위, 여성의원 비율 최하위 그룹에 머물고 있다는사실을 볼 때, 이러한 주장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은 이러한 성불평등 문제의 본질에 집중하기 보다 ‘성별 갈리치기’ ‘젠더 혐오’를 부추기고” 있고, “반 페미니즘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고...
2023.07.14
기독교시국행동 추진위원회, 향린교회에서 2차 시국토론회 이후 시국선언 발표 ▲ ‘기독교시국행동 추진위원회’가 주최한 2차 시국토론회 발표자들은 한국 사회가 총체적 위기를 맞이했다고 진단하고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임석규   두 차례 시국토론회를 진행한 ‘기독교시국행동 추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추진위원회를 발족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담은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기독교시국행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7일 오후 7시 향린교회에서 제2차 시국토론회 및 시국행동 추진위 발족식을 진행한 것이다. 추진위는 시국선언문을 통해 기득권의 이득·분단체제의 고착화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민중을 괴롭히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며, 실체 없는 자유로 인해 퇴보하고 있는 사회 곳곳에서 나오는 신음을 들으시는 하나님의 시선을 따라 광장에 나서서 윤 대통령의 퇴진을 시민들과 함께 외칠 것이라 선언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퇴진해야 할 이유로 ▲ 노동혐오·공안탄압으로 노동조합 탄압, ▲ 국가보안법·압수수색으로 민주운동진영 탄압, ▲ 여성가족부 폐지 및 구조적 성차별 방치, ▲성평등 삭제 및 퀴어문화축제 금지, ▲ 장애인 이동권에 손해배상을 청구, ▲ 시장 자유를 명분으로 전세 사기 방치, ▲ 탄소중립 정책 폐기 및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동조, ▲ 국제적 전쟁 위기 속 북한과의 대립 등을 지적했다. 이날 추진위는 시국선언 발표에 앞서 평화·주거·노동·성소수자 등 4개 영역을 대상으로 2차 시국토론회를 개최했다. 먼저 ‘분단국가에서 평화를 말하는 것’이란 주제를 발제한 남기평 목사(NCCK 화해통일위원회)는 윤 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對北) 대결 구도를 공식화로 인해 한반도가 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현실을 짚어냈다. 또한 한국교회가 분단체제를 악용한 기득권의 나팔수가 되었던 과거 죄책을 고백하고 ‘탈분단’으로 노선을 변경해 교회와 사회에 한반도 전쟁으로 인한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진광수 추진위원장은 그리스도인들이 복음적·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행동으로 실천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석규   ‘살 권리를 찾을 수 없는 주거·부동산 정책’을 발표한 이민희 목사(옥바라지선교센터)는 지난 윤 정부 1년간 주거·부동산 정책이 저소득층 등 주거 취약계층의 현실을 무시·악용하고 건설회사와 전세사기 가해자 등 자본가들의 편리만을 위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주거·부동산 정책이 자본 중심이 아닌 실제로 주거하며 생활하는 국민의 주거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방향으로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송기훈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는 ‘노동, 저주가 아닌 거룩한 인간들의 투쟁’을 주제로 윤석열 정부의 경영자 관점의 노동혐오에서 기반한 정치로 인해 헌법·노동법에서 보장한...
2023.07.10
신승철 생태적지혜연구소 소장이 지난 2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별세했다고 출판사 알렙이 3일 알렸다. 향년 51세. 고인은 기후변화, 생명권, 생태철학, 협동조합, 공동체운동, 탈성장 등을 오래 연구한 생태학자다. 사회운동가, 공동체 활동가였다. 알렙은 “신 소장은 지난 30여 년 여러 사회운동을 벌이면서 소수자들과 실천적으로 연대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에는 성장주의적 사회질서와 탄소자본주의를 비판하며 탈성장과 생태민주주의의 관점을 제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전했다. 고인은 최근까지 부인 이윤경씨와 함께 ‘철학공방 별난’을 운영했다. 텃밭도 길렀다. 길고양이들도 키웠다. <녹색은 적색의 미래다>(알렙)를 냈을 때인 2013년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고양이들을 키우게 된 건 하나의 생명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책은 당시 생소하던 동물권 등을 다루었다. 소수자의 욕망, 주민들이 구성한 마을공동체, 생태적 지혜 등을 아우르는 생각을 담았다. 실물적인 개발을 추구하는 성장이 아니라, 관계의 성숙을 추구하는 발전의 노선이 필요하다고 여겼다. 고인은 동국대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눈물 닦고 스피노자>(2012, 동녘), <식탁 위의 철학>(2013, 동녘), <욕망자본론>(2014, 알렙), <갈라파고스로 간 철학자>(2014, 서해문집), <마트가 우리에게 빼앗은 것들>(2016, 위즈덤하우스), <모두의 혁명법>(2019, 알렙), <탄소자본주의>(2019, 도서출판한살림), <생태계의 도표>(2020, 신생), <정동의 재발견>(2022, 모시는사람들), <떡갈나무 혁명을 꿈꾸다>(2022, 한살림) 등을 냈다. 빈소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4일 오후 1시. 유해는 천주교 용인공원묘원에 안치한다.
2023.07.10
그리스도인 30여 명, 24일 임진각~장산전망대까지 DMZ 평화기도순례 "분단의 상처 길 걸으며 용서와 화해 묵상" "한반도에서 냉대가 환대로, 배제가 포용으로 바뀌길 기도" 다음 달 2일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에서 '용서와 화해위한 기도회' <용서와 화해 기도모임> 이 24일 용서와 화해를 향한 DMZ평화기도순례를 진행했다. 순례단은 임진각을 출발해 장산전망대까지 6KM를 걸으며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깃들기를 기도했다. (사진 =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이덕우) "오늘 나는 걷습니다. 나를 위해 걷고, 내 형제자매들을 위해 걷고, 이웃을 위해 걸으며, 민족을 위해 걷습니다." 한국전쟁 73주년을 맞아 한반도에서 진정한 화해와 평화가 싹트기를 일어나기를 소망하는 그리스도인들이 24일 '용서와 화해를 향한' DMZ 평화기도순례를 진행했다.DMZ 평화기도순례에는 '용서의 목회', '화해의 선교'를 실천해 온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김현호 신부를 비롯해 30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참여했다. 평화기도순례에는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 이근복 목사, 목회와상담연구소 손운산 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손은정 목사도 동행했다. 이들 모두 지난 2014년 결성된 이른바 '용서와 화해 기도모임' 운영위원들이다. 사회적기업 DMZ느린여행과 함께 DMZ평화기도순례를 준비한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김현호 요하킴 신부는 분단의 상처로 가득한 곳을 걸을 때 비로소 용서와 화해의 마음이 싹트고 미래 평화의 길까지 이어진다고 믿는다. 김현호 신부는 "한국전쟁이 발발한지 7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남북이 분단돼 서로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를 가지고 있다"며, "수많은 이들이 싸우고 죽었던 길을 조용히 걸으면서 이해하고 용서하고 용서를 구하다보면 화해의 마음까지 생겨난다"고 말했다. 김현호 신부는 "용서에 관한 왜곡된 태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용서운동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장산전망대. 날씨가 맑은 경우 개성까지 보인다. (사진 = 성공회 파주교회 이덕우) DMZ 평화기도순례단 30여 명은 임진각에서 출발해 DMZ 생태탐방로를 따라 침묵기도를 하며 걸었다. 걸으면서 잠시 휴식할 때는 의식적으로 걸어 온 길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용서와 화해의 중요성을 설명한 손운산 목사는 "요셉이 형제들을 용서하지 않았다면 이스라엘 민족이 생겨났을까하는 질문을 던져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생의 용서를 받은 형들이 살아가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보복하고 싶을 때 용서했기 때문에 이스라엘민족을 형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고 덧붙였다. DMZ평화기도순례단이 걷던 길을 멈추고 파랑색 우산을 펼치고 침묵기도를 하고 있다. (사진 = 성공회 파주교회 이덕우) 임진각에서 느린 걸음으로 4시간 여 걸어 장산전망대에 도착한 순례단은 북녘 땅을 바라보며, 준비해간 파랑색 우산을 펼쳤다. 하늘에는...
2023.06.26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지난달 1일 분신해 숨진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을 기리는 추모제가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 청계광장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양 지대장을 떠나보내는 이들이 고인의 죽음을 통탄하며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보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세 편의 글을 순차적으로 전한다. 편집자. 건설 노동자, 집을 짓는 사람들... 매일 삶터와 일터를 오가는 모두는, 당연하지만 건설노동자의 손길에 의지하지 않고 단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 사회가 어째서 이리 천박한 전통을 갖게 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여지없이 손이 거친 사람들이 먼저 내몰리게 되는 걸까요? 정부의 노조 때리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건설노조가 먼저 타깃이 되었구나 라고 누구나 느낄 만큼 정부는 드러내 놓고 건설노조 사무실을 수차례나 압수수색해 20여명을 구속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정부는 12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를 소환조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폭력 속에 양회동 열사에게 붙여진 억지 낙인이 바로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하니 고인과 동지들의 참담함은 얼마나 컸을지요? '공갈'의 본래 뜻은 '상대가 두려움을 가질 정도로 을러대는 것'을 말한다고 하는데, 과연 지금 누가 공갈을 치고 있는 겁니까? 현 정부가 노동개혁을 외치며 내걸었던 기치 중의 하나가 바로 노사 법치주의랍니다. 법 기술자들이 요직에 대거 몰려있는 상황에서 노사 법치주의라니, 돈도 시간도 없는 노동자를 더욱 기술적으로 말살하겠다는 정책이 아닌가요? 온라인부조리센터의 85퍼센트가 기업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글이라고 하는데, 건설업계의 뿌리 깊이 횡행하는 불법은 눈감고, 애꿎은 노조와 노동자만 때려대니 대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습니다. 예수 시대에 예수를 틈만 나면 잡아 죽이려고 했던 율법주의자들이라는 집단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의 법정신, 곧 사랑은 어디로 가고 율법 조문만 신봉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 시스템은 결국 예수를 죽였지요. 지금 한국사회에서도 법정신은 어디로 가고 오로지 법조문만 기술적으로 남아, 법이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을 먼저 찌르고 가두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변호사님의 표현처럼 혐오살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성서, 그중에서 구약성서는 복된 삶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자기 손이 수고한 대로 먹는 삶. 누구나 그런 복된 삶을 누릴 수 있어야 바로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웃고 있을 때 누군가는 울고 있다면 그것은 정의도 공정도 아닙니다. 누군가가 자유를 누릴 때 누군가는 속박되고 억눌리고 있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세상이 아닙니다. 처음에 의도적으로 '양회동'이라는 열사의 이름을 빼고 기사가 출고되곤 했던 것처럼, 저는 우리 시민들이 그 이름을 의도적으로 말하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수많은 양회동들이...
2023.06.15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대책위 발족 기자회견과 현장 기도회 개최 ▲ 개신교대책위는 팬데믹이 엔데믹으로 전환되며 세종호텔의 영업도 정상화되었지만 호텔 측은 해고된 노동자들의 자리를 외주화로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리연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대책위’ 발족 기자회견이 13일(화) 오후 6시 세종호텔 앞 농성장에서 열렸다. 개신교대책위는 2021년 12월 10일, 세종호텔 노동조합이 노사 상생의 대책을 제안했음에도 세종호텔 측의 희망퇴직 구조조정에 의해 해고된 노동자들의 해고철회와 복직을 위한 투쟁에 힘을 보태기 위해 발족한 것이다. 당시 세종호텔은 40명 남은 정규직 중 민주노조 조합원 12명에게만 해고 통보를 하는 등 부당한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고노동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21년이다. 대책위는 “해고노동자들은 세종호텔을 누구보다 아끼고 잘 아는 사람들이고 단순히 한 명의 노동자가 아니라 세종호텔 그 자체였다”며 “무모한 정리해고는 노동자와 그 가족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줄 뿐 아니라 세종호텔에도 손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들은 “코로나 유행 이후 호텔 영업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었음에도, 식음료 사업을 종료한다는 핑계로 해고와 전환배치를 단행하였지만, 호텔의 등급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주화를 통해 식음료 사업을 다시 개시하였다.”며 그러면서도 “재고용에 대한 노동조합의 요구는 탄압과 강제철거로 응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현재 최종 해고를 통보받은 해고자 중 정년이 지났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은 노동자들을 제외한 8명이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데, 8년째 해고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전 위원장까지 합쳐 총 9명이다. 이에 따라 개신교대책위는 “어용노조 조직, 성과연봉제 도입, 강제희망퇴직 등 10여 년 넘도록 노동 탄압을 자행하는 세종호텔 측의 부당한 해고를 철회하고 노조 혐오에 맞서기 위해 그리스도인들이 모여 개신교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출범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은 송기훈 목사(영등포산업선교회)의 사회로 시작됐으며 김민아 간사(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세종호텔정리해고철회를위한개신교대책위원회)의 개신교대책위 출범 취지 발언, 이청우 공동집행위원장(세종호텔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대책위원회 발언과 고진수 지부장(민주노총 서비스연맹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의 현장 당사자 발언으로 이어졌으며 박형순 소장(평화교회연구소)과 박영우 님(한신대민중신학회)의 출범선언문 낭독으로 마쳤다. 대책위에는 NCCK인권센터·감신대예수더하기·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광야에서·들꽃향린교회·새민족교회·성문밖교회·손잡는교회·숭실대작당모의·여민교회·영등포산업선교회·예수살기·옥바라지선교센터·장신대신대원사회선교모임·정의평화기독인연대·촛불교회·평화교회연구소·평화누리·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한국기독청년협의회·한신대대학원민중신학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 하늘뜻 펼치기를 맡은 진광수 목사는 세종호텔 투쟁의 의미를 밝히며, 특히 가짜 그리스도인 VS 진짜 복음을 선포하는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정리연   기자회견을 마친 개신교대책위는 7시 30분부터 “복직하는 그날까지 기도하며 투쟁하는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현장 기도회”를 드렸다. 이한별 님(촛불교회)의 사회로 김정현...
2023.06.15
‘고난받는 상가 세입자들과 함께 하는 연합연배’ 드려 ▲ 젠트리피케이션과 건물주의 횡포에 밀려 쫓겨난 상가 세입자들과 이들과 연대하다 막대한 벌금과 배상액에 시달리는 활동가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함께 할 것을 다짐하는 연합예배가 향린교회에서 진행되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을지OB베어 최수영 사장, 이종건 활동가, 궁중족발 윤경자과 김우식 사장이다. ⓒ이상훈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성서한국, 옥바라지선교센터, 궁중족발, 을지OB베어, 을지OB베어 공동대책위원회 둥이 공동으로 12일 저녁 7시 향린교회에서 ‘고난받는 상가세입자들과 함께하는 연합예배’를 개최했다. 이날 예배는 궁중족발, 을지OB베어와 그들과 연대한 기독활동가가 불의한 강제집행 저지 과정에서 쌓인 벌금 및 배상액 모금을 위한 예배이기도 했다. 궁중족발은 건물주로부터 보증금 3000만원에 월세 300만원을 1억원에 1200만원으로 올려내라는 요구를 받으며 쫓겨났고, 을지OB베어는 건물주로부터 경쟁업체인 만선호프와 계약했기에 계약 연장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으며 쫓겨났다. 이들 외에도 많은 상가세입자들이 건물주와 건물주 마음대로 횡포할 수 있는 법이라는 폭력 앞에 문을 닫아야 했다 궁중족발은 12차례의 강제집행을 저지했으며 상가임대차계약법을 개정해 계약 갱신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시켰고 홍은동에서 가게 자리를 잡았다. 을지OB베어는 5차례의 강제집행을 저지했으며 마포에서 임시로 장사하고 있지만 을지로로 다시 돌아갈 마음으로 여전히 상가임대차계약법의 더 나은 개정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하지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외침에는 대가가 따랐다. 궁중족발은 특수공무집행방해로 2,000만원의 벌금을, 을지OB베어와 이들과 연대한 옥바라지선교센터 이종건 활동가는 영업방해금지가처분과 간접강제집행배상액으로 각각 5,400만원과 1,800만원의 벌금을 선고 받았다. 그래서 ‘싸우는 상가세입자들을 위한 벌금 모금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고 함께 예배를 드리게 된 것이다.   ▲ 연합예배 참석자들은 함께 성찬을 나누며 서로의 아픔을 보듬었다. ⓒ이상훈   이날 예배에서 고상균 목사(모두의 교회 P.U.B.)는 이사야서 1장 22~24절과 요한복음 2장 1~12절의 말씀으로 ‘신앙과 술, 그리고 쫓겨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하늘뜻 펴기를 진행했다. 고 목사는 “고대사회에서 지배층은 노동력을 징발해서 술의 여러 재료들을 확보했고, 질이 낮은 술은 민중들에게 비싼 값으로 강요했다”며 “포도주에 물이 섞여있다는 이사야서 본문은 당대 국가 권력층이 술에 대해 저질렀던 범죄에 대한 폭로”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 목사는 “요한복음 본문을 결혼식에 있었던 민중들의 입장에서 다시 읽어볼 때, 주님께서 더 맛있는 포도주를 넉넉하게 주시며 풍성히 나누게 되었다는 기사는 당대의 민중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성서의 가치가 자본 축적과 개발의 논리 앞에 송두리째...
2023.06.15
▲ 죽음으로 노동조합과 활동을 항변했던 고 양회동 열사 ⓒNCCK인권센터   이 칼럼은 NCCK인권센터(소장 황인근 목사)가 매달 발행하는 [뉴스레터-인권이슈]에 게재된 글입니다. 에큐메니안에 다시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NCCK인권센터와 이 칼럼의 저자이신 송기훈 목사님께(영등포산업선교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 편집자 주   머리가 깨졌다 위태로운 망루에 홀로 오른 노동자를 끌어내리기 위해 경찰은 방패와 곤봉으로 중무장한 채 크레인 두 대에 나눠타고 양쪽에서 노동자를 조이기 시작했다. 앉아있던 의자를 집어 던지고 길다란 작대기를 애써 휘둘러봤자 소용이 없었다. 망루에 진입한 경찰은 곤봉을 휘두르며 노동자를 때리기 시작했다. 아래에서 경찰의 벽에 막힌 채 비극적으로 외쳐야만 했던 동료 노동자들의 “그만해”라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곤봉에 맞아 아파 주저앉은 노동자를 향해 경찰의 곤봉세례가 퍼부어졌다. 굳이 더 때릴 이유가 없었다. 사람이 죽었다 노동운동에 잔뼈가 굵은 사람도 아니었다. 건설노조에 가입한지 5년도 안되는 사람이었다. 임금을 더 이상 좀 떼먹히지 않기 위해, 너무 비참하게 일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건설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떨어졌고, 공포에 질린 한 사람은 그 공포심을 이기기 위해 몸에 불을 붙여야만 했다. 비극의 잿더미 위에 남겨진 15살 상주는 장례식장에서 “우리 아빠가 진짜 범죄자였냐?”고 물어야 했다. 인권이 손상됐다 인권 앞에는 보통 ‘천부’라는 단어를 붙여 인권은 하늘이 사람에게 내린, 태어나면서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것임을 설명하곤 한다. 어떤 법 보다 앞서는 권리이며 훼손될 수 없는 가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인간이 노동자가 되는 순간 인권은 사라진다. 노동자는 죄인이 된다. 권리를 되찾으려 하는 순간 폭력배가 된다. 노동자는 눈과 호흡기에 심각한 손상을 주는 최루액을 맞아도 되고 곤봉으로 머리를 내리쳐도 괜찮은 존재가 된다. 하늘이 내렸다 하늘이 내린 사람 예수를 생각해본다. 인권도 법도 없던 시절, 사람위에 사람이 없음을 외쳤던 한 사람이었다. 종교와 법의 심판을 받아 공개처형을 당해야만 하는 결과를 알고도 그는 그 길을 걸어갔다. 인간을 그토록 사랑했기 때문에 그는 밤하늘 위에 떠올라 사람들의 갈 길을 알려주던 북극성처럼 그는 죽음과도 같은 어두운 현실을 비추는 천부인권의 상징이 되었다. 길을 찾아서 오늘도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정표도 없고 나침반도 없지만 제 갈길을 정확히 아는 철새처럼 그렇게 몸이 시키는 대로 그 길을 가는...
2023.06.15
교회협 인권센터 등 사회선교 38개 단체, 15일 오후 '양회동 열사 추모 시국기도회' "노동자의 손에서 노동을 빼앗는 자들 우리 생명 빼앗는 강도" "윤석열 정권 만행 삶 곳곳 망가트려"…양회동 열사 죽음은 이 땅의 분노"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열사 명예회복 나서겠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열사 추모 및 윤석열 정권 노동탄압 규탄 시국기도회가 15일 오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기도회에는 사회선교단체 38개 단위가 참석했다.   개신교계가 윤석열 정부의 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 사망한 민주노총 건설노조 양회동 지대장 추모 기도회를 가졌다.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열사 추모 시국기도회'는 15일 저녁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됐다. 기도회는 민주노총 주최 촛불문화제에 이어 오후 8시가 다 돼서야 시작됐지만, 200여 명의 그리스도인들이 빈소 입구를 가득 메웠다.   추모기도회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영등포산업선교회, 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장생명선교연대, 한국기독청년협의회, 일하는예수회, 인천도시산업선교회, 장신대신대원 사회선교모임, 한신대신대원민중신학회 등 38개 사회선교 단체들이 참석했다.   "예수님은 누구신가 우는 자의 위로와 없는 자의 풍성이며 천한 자의 높음과 잡힌 자의 놓임 되고 우리 기쁨 되시네"(찬송가 96장)   위로의 찬송 소리가 울려 퍼지자 빈소를 찾은 노조원들도 하나 둘 기도회 자리에 모여들기도 했다.   기도회 설교에 나선 일하는예수회 회장 신승원 목사는 "하나님은 손수 노동으로 창조하신 분이라는 노동자 하나님을 믿으며 살아간다"는 고백으로 말씀을 전했다. 신 목사는 생계 때문에 노조활동을 했다는 한 건설노동자의 죽음은 거대 자본과 부패한 정치권력의 야합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신승원 목사는 "노동자의 손에서 노동을 빼앗는 자들은 우리의 생명을 빼앗는 강도와 같다"며, "권력과 야합한 자들의 온갖 부도덕함이 지금 온 천하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 목사는 이어 "저에게는 '먹고 살기 위해 노동조합 활동을 했다'는 (양회동 열사의) 유서의 한 마디 말이 노동의 단절과 소외가 일상화된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의 현실을 고발하는 처절한 절규처럼 들렸다"며, "노동을 저버린 권력의 끝이 좋을 수가 없고, 입만 열만 거짓 선동에 꼼수나 부리는 자들의 뒤끝이 좋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설교에 나선 일하는예수회 회장 신승원 목사. 양회동 열사 추모 기도회에 참석한 그리스도인들. 양회동 열사 추모기도회에서 울려 퍼진 위로의 찬송소리가 빈소를 출입하는 노조원들의 발길을 머물게 했다. 기도회에 함께 참석한 노조원들의 모습도...
2023.05.25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주최한 기독 청년 노동 훈련 수료 감사 예비 및 보고 대회가 5월 1일 열렸다. 가운데 플래카드를 들고 있는 청년 3명(왼쪽부터 이창기 청년, 류제민 청년, 김주현 청년)이 지난 12월부터 2월까지 노동 훈련에 참여했다. 사진 제공 영등포산업선교회 1. 들어가며 소외.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으로, 칼 마르크스(Karl Marx)가 가시화한 개념이다. 책과 글자를 통해 접한 소외는 다소 추상적이었다. 노동자가 겪는 이질적인 괴리감 같은 것이리라 상상해 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노동자로 지내며 몸소 겪은 소외는 머릿속에 그려 본 것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생생하고 강렬했다. 그것는 존재를 지우고 생명을 부품과 소모품으로 전락시키는 강력한 '흑마법'이었다. 그 속에서 주체성과 생명력을 잃어버린 존재는 탈출구만을 바라보게 된다. 더 무시무시한 것은 소외가 개인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수많은 존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2. 기억은 손에 있다 : 한우 공장 단기 아르바이트 "그렇게 썰면 안 돼. 손에 힘을 빼고 칼날로 썰어야지." 생산팀 직원들은 칼질이 서툰 아르바이트생들을 나무라기에 바빴다. 공장 동료들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일을 시작한 나는 고기 손질에 필요한 어떠한 사전 정보도 얻지 못한 채 도마로 밀려오는 고깃덩어리를 투박하게 썰었다. 직원들은 내 뒤를 지나가다가 고기와 씨름하는 나를 보고는 뒤늦게 잔소리와 함께 손질법을 알려 줬다. 그렇게 채끝 등심, 꽃등심, 살치 등심, 참갈비, 본갈비 등 각종 부위 손질법을 꾸역꾸역 알게 됐다. 집 근처에 위치한 한우 공장은 설 명절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30여 명의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뽑고 한 달간 도마 앞에 세운 채 하루 종일 질긴 고기를 썰게 했다. 아르바이트생 대부분 20대 초반 대학생이었으며, 소수의 30대 남성과 중년 여성도 있었다. 이주민 여성 노동자도 한 명 있었다.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였으며, 점심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에 10분, 오후에 2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우 공장. ㄷ 자 형태로 세 개의 공장식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다. 문이 닫힌 좌측 컨테이너는 고기 보관용 냉장창고와 행정팀 사무실로 사용하며, 문이 열린 우측 컨테이너는 고기 보관 및 택배 포장 공간으로 사용한다. 사진 제공 이창기 온종일 낮은 도마 앞에서 허리를 살짝 숙인 채 밀려오는 고기를 썰어 내느라 발바닥,...
2023.05.02